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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a96dfba7011caae80b4d6ca1710b7b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레이폴트 역시 케이린의 부탁을 거절하지는 못했다. 아빠가 없이 살아온 케이린. 레이폴트 역시 이제 부모가 되어서 그런지 케이린의 입장이 결코 남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자신의 이복누이 에레나 역시 불행한 삶을 살았지 않았는가?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케이린이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레이폴트였다. 설령 행복하다고 해도 그것은 반쪽일 뿐..... "아빠. 나 저거 먹고싶어." "사...사줄 테니까 제발 오빠라고 불러. 응?" 수도 사필란의 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레이폴트와 케이린의 호위로 셀레니아가 따라 오기는 했지만 그녀가 주위의 시선까지 막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7살의 케이린이 16살의 레이폴트에게 아빠라고 부른다면..... 누구나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볼 것이다. 결국 사탕으로 케이린의 입을 막아버리는 레이폴트. 그의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차 있었다. "케이린. 우리 공원에서 좀 쉴까?" "응. 그렇게 해 아빠." "오빠라고 부르라니까."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공원의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레이폴트. 하지만 셀레니아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경계를 하고 있었다. 레이폴트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어쩐지 첼시가 생각났다. 세피르에게 절대 충성하고 있는 천공의 눈 엘리트 요원. 그 우직한 모습이 무척이나 닮았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산들거리는 바람이 이마의 열과 땀을 날려 주었고 주위의 젊은 남녀들은 서로의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 사이에 마치 다른 세상에 격리된 듯 일체 아무런 말이 없는 레이폴트와 케이린 그리고 셀레니아. 하지만 침묵은 오래가지 못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셀레니아였다. "대공 전하. 혹시 세피르 황태녀 전하께서 진노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걱정되는 것이냐? 너의 주인이?" ".....솔직히 그렇습니다." '역시 닮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레이폴트였다. 도대체 사람이 사람을 섬기는 것에는 어떤 법칙이 있는 것일까? 죠세피느와 세피르. 첼시와 셀레니아. '데스 발키리'와 '천공의 눈' 어찌 보면 다 착각일 수도 있다. 이 세상 자체를 산다는 것이 착각일 수도 있었다. 그런 착각 속에서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을 바친다? 생각해 보면 참 웃기는 이야기였다.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날의 비밀만 잘 지켜지면 피해는 없을 것이다." "감사 드립니다. 대공 전하. 그리고.... 죄송합니다." "넌 너의 자리에서 난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일 뿐이야. 하지만 내가 마음이 좋은 것은 아니지. 운명이 너희들의 편이었을 뿐." 만약 조금만 잘못 되었다면 비극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별 문제 없이 끝나는 것이 다행이었다. 게다가 그냥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레이폴트 역시 그들에게 받아낸 것이 있었으니..... "무기 거래는 이것과는 별개이겠죠?" "당연하지. 그건 정당한 거래였어." 물론 여러 가지로 서로에게 득이 되기는 했다. 죠세피느 쪽에서야 필요 없는 지출을 하게 되어 조금 손해이지만 그만큼 좋은 무기를 얻게 되었지 않는가? 이리저리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와! 아빠 저 풍선 사줘." "그래. 그런데.... 제발 오빠라고 한번만 불러 줘." "헤헤. 싫어!" 이리저리 귀여운 아이였다. 엄마를 닮아 자유분방(좋은 말로)하고 또 그만큼 사랑스럽기도 했다. 그런 케이린을 보면서 레이폴트는 문뜩 실비아가 보고싶어졌다. 자신의 딸을 말이다. 그 아이의 아버지로서.... 푸욱! 세라비는 지금 이 순간이 믿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몸을 관통한 레이폴트의 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휘두른 눈먼 검에 그의 몸이 뚫린 것이다. 기척하나 없이 접근했는데..... 이제는 몸이 연기 화되며 사라지는 세라비.... 그런 그를 향해 레이폴트는 미소지어 주었다. 승리의 미소였다. "역시 클락의 말이 옳군. 비겁하게 뒤를 노리고 말이야." "...실...싫어..." "미안하게 되었어. 하지만 말이야....... 난 새로운 세상을 살 거야. 날 사랑해 주는 이들을 위해..... 그렇기 때문에 난 더 이상은 죽을 수 없는 거야." ".....크악!" 레이폴트가 검에 힘을 집중하자 세라비의 몸이 모두 연기로 기화되고 말았다. 16년 이른 죽음. 레이폴트는 역사를 바꾼 것이다. 자신의 죽음과 전쟁을 거부하고 살아남기를 선택한 레이폴트. 그는 동쪽의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새벽의 해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자신이 사랑하는 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들. 그 모두를 위해 레이폴트는 희생이 아닌 삶을 선택했다. "정말 상쾌한 아침이야 그렇지 클락?" "예. 그렇군요. 제가 드린 정보가 도움이 되셨습니까?" 레이폴트는 자신이 어떻게 죽는 지 몰랐다. 하지만 클락을 다그쳐 그 과정을 알아냈고 덕분에 레이폴트는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만약 레이폴트가 처음부터 살아날 작정이었다면 왜 클락의 타임 리턴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바로 시간 가지치기 현상에 있었다. "그래. 이제 좀 전의 내 행동으로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 진 것이지?" "예. 그렇죠. 당신이 세라비의 손에 죽는다는 역사. 그리고 죽지 않는 다는 역사. 당신은 다른 선택을 함으로서 새로운 세상을 만든 것입니다. 바로 당신의 머릿속에 저쪽 세상의 기억이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죠. 그러기에 제가 뭐라 했습니까? 처음부터 시간을 되돌렸다면 저쪽 세상의 당신 부인들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설령 당신이 여기서 살아간다고 해도 저쪽 세상에는 당신을 잃은 슬픔을 가진 이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부탁하는 거잖아. 이거....." "이....이건?" 레이폴트가 클락에게 건넨 것. 그것은 바로 금빛의 구체였다. 신비롭게 빛나는 금빛의 광구. 클락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레이폴트의 영혼임을 알아챘다. 레이폴트는 자신의 영혼을 반으로 나누어 클락에게 건넨 것이다. 신의 힘을 각성했기에 할 수 있는 일. 아니었다면 어림 도 없을 것이다. "넌 그런 시간에 구애받지 않지. 평행선상의 두 세계를 모두 오갈 수 있잖아? 저쪽 세상에는 내 시신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이 영혼을 이용해 날 부활시켜. 신이니까 그 정도는 쉽겠지?" 활짝 웃으며 밝게 웃는 레이폴트. 클락은 정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레이폴트를 바라 보았다. 도대체 그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었단 말인가? 이쪽 세상에서 살면서 저쪽 세상에서도 자신을 부활시켜 살겠다? 그 순간 클락은 레이폴트가 역시 세일리안의 분신임을 실감했다.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뻔뻔스러운 생각을 하겠는가? "결국 당신은 8명의 아내를 모두 소유하겠다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그녀들은 모두! 내 꺼야! 내 자식들도! 내 친구들 역시! 모두~~~~~ 내가 거느릴 거야!" "……." 지금 이 순간 과연 그의 머릿속은 어떤 구조일까? 클락은 레이폴트의 머릿속이 굉장히 궁금했지만 해부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어쨌든 레이폴트 영혼의 반을 받아든 클락. 그는 서둘러 위셔스가 있는 세상으로 이동해 갔다. 영혼이란 존재는 육체란 그릇이 없으면 변질되기 쉬웠다. 물론 레이폴트야 세일리안의 분신이니 그런 점이 덜하지만..... 그래도 서두르라는 저 레이폴트의 눈빛은 무서웠다. ' 왜 그런 눈을 하고 있는가. 모든 것을 다 가진 당신이 아닌가. 나찰은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당신의 그림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눈빛인가. ' 천무장원은 구룡탑이라고 하여 전대 고수들이 칩거하는 곳이 있다. 그곳은 천무장원과는 엄연히 분리된 곳이며 그곳에 거하는 사람들 또한 천무장원과 연관되길 싫어한다. 그들 대부분이 남은 여생을 평온 속에서 보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소박한 바램마저도 48 대 장주이자, 전전대 장주였던 진중선은 용납하지 못했다. 그는 장주였던 당시나, 은퇴한 뒤인 지금에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이 말은 곧 모든 구룡탑 고수들이 증오해하지 않는 말이기도 했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망각해선 안 된다.” 분명 옳은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구룡탑 고수들 모두는 틀린 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진중선 앞에서 이 말을 자신 있게 내뱉을 수 있는 구룡탑 고수는 없겠지만. 진중선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어떠한 의무감이라도 있는지 평안한 노후를 보내려는 구룡탑 고수들에게 툭하면 일을 시켰다. 그렇다고 하여 그가 대단한 일을 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시키는 일은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일을 시키는 타이밍이 너무도 절묘해 짜증과 귀찮음을 동시에 느끼기 일쑤였다. 하지만 누구도 진중선에게 반항하지 못했다. 반항은 진중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에. 그 결말을 두 눈으로 직접 목도 했기에. 그들은 반항은 꿈도 꾸지 못했다. 예전에 진중선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비운의 주인공이 된, 사공민은 근 반년 동안 그의 장난감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반년 후, 사공민은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해,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겠다.”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천무장원을 도망치듯 나가 버렸다.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그가 진중선을 호박씨 깐 내용을.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내가 그 인간 그림자라도 밟으면 내 성을 갈겠다!” 이 이야기가 진중선의 귀에 들어갔는지는 밝혀진 바 없지만 사공민이 실성한 채, 한진성 외곽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발견 당시 그는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며 뭐라 뭐라 중얼거렸다고 한다. “똥은 무서워서 피합니다. 똥은 더럽지 않습니다. 제 성은 똥입니다. 똥은 무서워서 피합니다. 똥은 더럽지 않습니다. 제 성은 똥입니다.” 이밖에도 욱하는 혈기를 참지 못하고, 대든 수많은 구룡탑 고수들의 최후는 비참했다. 이러한 산 현장을 목격한 구룡탑 고수들이 어찌 진중선의 말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진중선의 일곱 제자 중 막내인 백현영은 사부의 명을 받들어 한진성 밖에 있는 수곡산에 가는 중이었다. 그러다 그는 사부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고 충심으로 그는 그것을 사부에게 대령했다. 그의 예상대로 사부는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생각지 못한 것이 있는데, 그의 충심은 벽돌로 뒤통수가 깨져도 용서받지 못할 대죄인, 구룡탑 고수들이 맞이한 잠시 간의 평온을 깨버린 것이다. 구룡탑 노고수들은 진중선이 돌아왔다는 전갈을 받는 순간, 싸늘한 한기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진중선의 거처인 구룡탑 구층으로 몸을 날렸다. 진중선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백현영이 보였다. 하던 일도 도중에 멈추고, 올라왔던 그들은 습관처럼 자신이 몇 번째로 도착했는지를 헤아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사부님 오셨…” 뒤늦은 것을 만회하려고 큰소리를 지르며 올라오던 유민수가 뒤돌아보는 사형제 및 사숙들의 의미심장한 미소에 다리가 풀린 듯, 휘청거렸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을 까딱까딱 거리는 사부를 볼 수 있었다. 유민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진중선 앞에 다가가 익숙한 동작으로 무릎을 꿇고 양 손을 땅에 짚어 등허리가 평평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진중선 역시 익숙한 동작으로 유민수의 등 에 앉았다. “크윽!” “어허, 의자가 말을 하면 쓰나?” 유민수는 허리를 누르는 무시무시한 압력 때문에 절로 신음이 나오려 했지만 입술을 꽉 깨물어 그것을 참아냈다. 그 모습을 유민수의 사형제 및, 사숙들이 대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반백의 유민수가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도 싫증이 나자 진중선이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앞에 도열해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순간 모두는 전기에 감전된 듯한 충격에 몸을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그것도 잠시 진중선과 매우 닮은 노인이 한발 나서며 인사했다. “아버님, 한진성의 인심을 친히 몸으로 느끼겠다고 떠나 신지가 한 달이 조금 못되었습니다. 본래 계획으로는 최소 1년인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건강에 이상이라도 생긴 건 아니신지…” 진중선의 눈에 이채가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는 예의 장난 끼로 똘똘 뭉친 검은 눈동자를 굴리며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가 나직이 중얼거린다고 하여 장내에 있는 사람 중 그의 말을 듣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호오, 내가 아프기라도 바랐다는 얼굴이네, 모.두.들. 말이야. 이거 섭섭한데? 내가 내 집에 들어오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건가?” 그의 말에 모두는 긴장했다. 그리고 그들은 진중선의 시선과 맞추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나 그들의 안간힘은 언제나 똥줄만 빠질 뿐, 시원한 결과를 준적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험, 진상아!” “옛! 사형!” 진중선이 은근히 낮은 목소리로 부르자 소진상이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는지 진중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습을 보고 소진상이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사실은 장내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진중선은 소진상을 불러놓고는 그의 아들이자 전대 장주였던 진욱에게에게 말했다. “내가 오늘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왔는데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될지 모르겠단 말이야. 욱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진중선의 말에 진욱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망설임은 잠시요, 대답은 순간적으로 튀어나왔다. “누구나 아버님께서 그 분야에 천하제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저같이 우매한 자가 아버님의 고상한 취미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팔십 고령답지 않게 아부성 발언에 매우 익숙했다. 그것은 그가 철들면서부터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 바로 아부가 구 할인 이 화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이 화법을 배우기 위해, 특별히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쓰는 일상의 언어가 바로 이 화법이었기 때문이다. 진중선은 아들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요번 장난감은 좀 색다른 맛이 있는 거 같단 말이야. 그래서 나 역시 좀 색다른 방법으로 가지고 놀았으면 좋겠단 말이고. 음… 너도 별 수 없단 말인가……?” 언제나 그랬지만, 그가 말끝을 흐리면 모두가 긴장했다. 긴장과 초조의 시간은 말없이 흘러가고 진중선의 얼굴이 굳어질수록 그들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런 찜찜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비연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매번 그랬지만, 장난감이 사부님을 싫어하게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무표정한 얼굴에 2 라키르에 육박하는 그가 토한 말은 삽시간에 구룡탑 고수들의 마음을 얼려버렸다. 그러나 비연은 처음과 동일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얼굴 표정 또한 한결 같이 무표정이었다. 그런 비연의 성정을 잘 알고 있는 진중선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진중선의 둘째 제자인 비연은 그의 마수를 피해간 몇 되지 않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전대 인물 중에 그의 마수를 피해간 사람은 비연이 처음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진중선의 악명이 높아질수록 비연의 이름도 천무장원 안에서 높아졌으며 거기다 그의 강력한 무력이 뒷받침 되어 무신이라는 별명까지 가지게 되었다. 어찌됐든 그의 말을 음미하고 있던 진중선이 좋은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가 남긴 나직한 한 마디는 진의 인생에 커다란 굴곡으로 남을 것이 분명했다. “흐흐흐, 그놈에겐 난 원수지…….” f29826d1e4cd97acd71243445383055b